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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OTT 플랫폼이 한중일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과 판도 변화

by daegumoney 2025. 11. 19.

OTT 플랫폼 사진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등장은 한중일 드라마 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더 이상 드라마는 방송국의 편성 시간표에 묶여 있지 않으며, 시청자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중국의 아이치이(iQIYI)·텐센트비디오, 일본의 훌루 재팬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은 각자의 문화와 산업 환경 속에서 콘텐츠 소비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특히 이 변화는 단순한 유통의 문제를 넘어, 드라마의 제작 구조, 서사 방식, 글로벌 전략까지 새롭게 재편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중일 세 나라는 모두 OTT를 중심으로 자국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확산시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미래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OTT 플랫폼이 세 나라의 드라마 시장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산업과 문화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방송국 중심 시대의 종말, OTT가 연 새로운 드라마의 지평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의 제작과 유통은 방송사 중심으로 돌아갔다. 한국의 KBS, MBC, SBS, 일본의 NHK, TBS, 중국의 CCTV가 각각 자국 콘텐츠의 주된 유통 창구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 인프라 확장,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 체계는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OTT 플랫폼의 등장은 콘텐츠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다. 시청자는 방송 시간표가 아닌 자신의 시간에 맞춰 시청할 수 있게 되었고, 제작자들은 방송국 검열과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는 특히 한국 드라마 산업에 폭발적인 성장을 불러왔다. 킹덤, D.P.,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들은 OTT가 아니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장르와 서사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도 OTT의 확산은 기존 드라마 시장의 관습을 흔들었다. 방송사 중심의 보수적 제작 환경 속에서 OTT는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되었다. 판도라의 과수원, 미래에서 온 편지 같은 작품들은 OTT를 통해 기존 TV 드라마보다 더 자유로운 주제와 표현을 시도했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OTT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치이(iQIYI), 텐센트비디오, 유쿠(Youku)는 수억 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OTT 플랫폼은 방송국을 넘어 하나의 국가 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정부 검열의 영향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자유도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OTT 플랫폼은 세 나라 모두에서 콘텐츠 주도권의 이동을 이끌었다. 제작 중심이 방송사에서 플랫폼으로, 시청 중심이 시간에서 취향으로 이동하면서, 드라마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문화 상품으로 진화했다.

OTT가 만들어낸 산업의 판도 변화와 국가별 전략

OTT의 등장은 드라마 산업의 전 과정을 재편했다. 기획, 제작, 투자, 유통, 소비의 모든 단계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각자의 산업 환경에 맞는 OTT 전략을 통해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협력형 모델을 구축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입한 이후, 국내 제작사들은 글로벌 플랫폼과 공동 제작을 진행하며 국제 시장으로 진출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지옥, 수리남 등은 모두 넷플릭스와 협업을 통해 제작된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는 단순히 국내 시청률을 넘어서, 전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OTT는 한국 드라마를 로컬 콘텐츠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다. 일본은 콘텐츠 브랜드 중심형 모델을 유지한다. 일본의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는 여전히 독자적인 제작 철학을 고수하지만, OTT를 통해 해외 확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NHK와 TBS는 자사 대표 드라마를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에 공급해 해외 팬층을 넓히고 있다. 또한 일본은 자국 내 OTT 서비스인 훌루 재팬, 유-넥스트(U-NEXT)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OTT의 특징은 품질 중심이다. 빠른 양산보다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시청자 신뢰를 쌓는 전략이다. 중국은 플랫폼 자급형 모델을 채택했다. 정부가 미디어 산업을 통제하면서도 동시에 OTT 시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유쿠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생산기업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매년 수백 편의 드라마를 제작하며,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검열의 영향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는 제한된다. 그럼에도 중국 OTT의 규모는 이미 세계 상위권 수준이며, 자체 제작 콘텐츠의 수익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서사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방송 시간에 맞춘 16부작, 20부작의 규격화된 형식이 사라지고, 이야기의 길이와 흐름이 다양해졌다. 한국의 D.P.는 6부작, 일본의 일본 침몰: 희망의 사람들은 8부작, 중국의 풍기낙양은 48부작 등, 각 플랫폼과 시청자의 성향에 따라 드라마 구조가 유연하게 변했다. 이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리듬과 완성도가 높아졌으며, 제작자들은 더 세밀한 연출과 실험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OTT는 산업 구조의 혁신과 함께 이야기의 자유를 동시에 열었다. 방송국의 시청률 경쟁이 약해지면서 드라마는 예술적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OTT 시대의 경쟁은 이제 콘텐츠의 진정성으로 귀결된다

OTT 플랫폼은 한중일 드라마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시청자는 국경이 아닌 추천 알고리즘을 따라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국의 시청자가 일본의 언내추럴을 보고, 일본의 시청자가 한국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기며, 중국의 시청자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한다. 이는 OTT가 만들어낸 진정한 문화 교류다. 그러나 OTT의 확산은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준다.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텐츠의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시청 데이터에 따른 기획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조회수 중심으로 평가되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실험적 작품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TT는 분명히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이제 드라마는 방송국의 콘텐츠가 아니라, 시청자의 경험이자 문화의 교류 수단이 되었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도약하고 있고, 일본은 자국 중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콘텐츠 품질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플랫폼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아시아 최대의 OTT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구독자를 모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로 이동할 것이다. OTT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화의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한중일 드라마는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감정으로 세상을 울리고, 이야기로 마음을 연결하는 그 길 위에서, OTT는 아시아 드라마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