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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나의 아저씨, 삶을 견디는 힘

by daegumoney 2025. 11. 25.

나의 아저씨 포스터

나의 아저씨를 만난 순간의 충격

2018년 봄, 나의 아저씨가 방영될 때 사실 처음엔 안 봤어요. 제목부터 뭔가 무겁고 어두울 것 같았거든요. 근데 주변에서 워낙 "인생 드라마"라고 해서 1년쯤 지나서 정주행했어요. 그리고 첫 회부터 완전히 압도당했죠. 이렇게 현실적이고 무겁지만 따뜻한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박동훈(이선균)은 건축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중년 남자예요. 40대 중반인데, 집도 없고, 아내는 바람피우고, 회사에서는 승진도 못 하고. 근데 화를 내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이죠. 저는 동훈 씨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어요. 평생 가족 위해 일하면서도 표현 안 하는 그런 분들. 이지안(아이유)은 20대 여자인데 인생이 너무 힘들어요. 빚에 시달리고, 할머니 병원비 벌려고 온갖 일을 다 하고,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캐릭터. 아이유가 이런 무거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어요. 눈빛만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게 소름 돋을 정도였죠. 매회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어요. 웃긴 장면도 있고 따뜻한 장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삶의 무게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거든요. 16부작을 보는 내내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나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나요.

박동훈과 이지안, 서로를 구원하는 관계

이 드라마의 핵심은 동훈과 지안의 관계예요. 로맨스는 아니에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특별한 관계죠. 처음에 지안은 동훈을 도청해요. 회사 이사님의 지시로 동훈의 비밀을 캐려고요. 근데 도청하면서 지안은 동훈이라는 사람에게 점점 의지하게 돼요. 동훈은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 침묵 속에 엄청난 선함이 있어요. 지안이 힘들어할 때마다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밥 사주고, 조용히 걱정해주는 모습. 저는 동훈이 지안한테 "내가 너 좀 걱정해도 되겠니?"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울었어요. 아무도 자기를 걱정해준 적 없는 지안한테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됐을까요. 지안도 동훈을 구원해요. 동훈은 아내한테 배신당하고 좌절했는데, 지안이 옆에서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주고, "힘내세요"라고 응원해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거예요. 저는 특히 동훈이 지안을 업고 가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지안이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을 때, 동훈이 "내가 업어줄게"라고 말하고 업어주는 장면. 그게 단순히 업어주는 게 아니라,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눠 지는 거잖아요. 그 장면 보면서 저도 누군가한테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같이 저녁 먹는 장면들도 좋았어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밥 먹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관계.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한마디에 담긴 따뜻함. 나의 아저씨는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드라마였어요.

세 형제의 우정과 낡은 단독주택의 의미

동훈에게는 두 형이 있어요. 큰형 박상훈(박호산)은 감독으로 일하다가 실패하고 백수가 된 사람. 둘째형 박기훈(송새벽)은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아내한테 쪼이면서 사는 사람. 세 형제가 엄마(고두심) 집에 모여서 술 마시고 수다 떠는 장면들이 정말 좋았어요. 세 형제는 각자 인생이 힘들어요.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근데 서로 모이면 웃고 떠들고 위로받아요. 저는 형제들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TV 보는 장면이 너무 평화로워 보였어요. 어렸을 때 세 형제가 저렇게 같이 TV 봤겠구나 싶으면서 뭉클했죠. 큰형 상훈이 "내가 너네 형이라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슬펐어요. 형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을 느끼는데, 동생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모습. 근데 동훈이랑 기훈은 큰형을 전혀 원망하지 않아요. "형, 우리가 형 있어서 좋아"라고 말해주죠. 엄마 집도 의미가 깊어요. 낡은 단독주택인데, 세 형제한테는 유일한 안식처예요. 세상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엄마 집에 오면 밥 먹고 술 마시고 쉴 수 있잖아요. 저도 부모님 집이 그런 곳이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가면 편안한 그런 느낌. 고두심 배우님이 연기한 엄마도 정말 좋았어요. 세 아들한테 잔소리도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걱정하고 아끼는 모습. 엄마가 아들들한테 "너네 엄마라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저도 울면서 우리 엄마 생각했어요.

힘든 현실 속에서 찾는 작은 희망

나의 아저씨는 현실을 미화하지 않아요. 회사 내 부조리, 빚 문제, 가정 문제, 실업, 배신 같은 무거운 이야기들이 계속 나와요. 근데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잖아요.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견뎌내는 거죠. 지안이 할머니 병원비 벌려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 동훈이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 받으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모습, 상훈이가 백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모습.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과 싸우고 있었어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완벽한 삶은 없구나"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동훈도, 지안도,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요. 다들 상처 있고 힘들어요. 근데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살아있고, 숨 쉬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죠. "괜찮아"라는 대사가 정말 많이 나와요. 동훈이 지안한테, 지안이 동훈한테, 형제들이 서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죠. 처음엔 평범한 위로의 말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그게 가장 강력한 응원이더라고요. "네가 지금 힘들어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라는 의미. 마지막 회에서 지안이 동훈한테 "아저씨 덕분에 살아남았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동훈도 지안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걸 깨닫죠.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한 거예요. 완전히 다른 세대, 다른 환경의 두 사람이 인간적인 연대로 서로를 살린 거죠. OST도 정말 좋았어요. 김윤아의 '마음'은 지금 들어도 눈물이 나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내 맘을 모르고"라는 가사가 지안의 외로움을 완벽하게 표현했죠. 그리고 이선균 배우가 직접 부른 '좋니'도 인상 깊었어요. 나의 아저씨는 제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드라마였어요. 삶이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이 드라마를 보면 힘이 나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그래도 살아볼 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거운 드라마지만 꼭 한 번은 봐야 할 작품이에요. 인생의 무게를 느끼는 분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